글을 잘 쓰는 방법

Posted on January 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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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방법: 블로그에서의 글쓰기 [나의 서재]

al(8932905452)
얼마 전 (2004. 6. 25) 움베르토 에코의 새로운 칼럼집이 출간됐다. 『미네르바 성냥갑』 (원제 : La Bustina di Minerva (1999) 열린책들) 이란 제목으로, 예전에 출간된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연어~의 개정 증보판)에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이 책 역시 이탈리아의 주간지 「레스프레소」에 연재된 글을 모은 칼럼집이다. 다만, 90년대부터 세기 말까지의 연재물로 전작보다 시대상의 반영이 현시점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윈도우 3.1, 95시대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시사적 주제에 대한 단상부터, 패러디와 말장난, (푸코~에서의 벨보를 보는 듯한) 기호학적 성찰, 다방면에 걸친 역설과 아이러니에 대한 유쾌한 분노의 글을 변함없이 접할 수 있다.

<참고로 연어~는 현재 절판 되었고, 일부 몇 개의 칼럼을 넷 상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바보~는 최근에 양장본으로 재출간되었으며, 모처에서 text파일이 떠돌고 있는 듯 싶다. :p>

웹과 하이퍼텍스트에 관한 논의도 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적용될 수 있는 화두를 제공해주고 있다. 얼마 전에 점화되었던 하이퍼텍스트 시대에 문학의 미래에 대한 논쟁도. 기계에 대한 편의적 수용 행태에 대한 비판도 웹과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독설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낳은 또 다른 문제들, PC(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강박증, 인터넷을 가지고 하는 에코 식의 <작은 놀이>등. 흥미로운 꼭지들이 단지 기호학자의 칼럼을 넘어서 웹 비평의 범주의 읽을거리로도 자리 잡는다.

이만 각설하고,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가 있는 글쓰기에 대한 지침 목록들을 반어적으로, 모순어법으로 패러디하고 있다. (마치 연어~에서 “공공 도서관의 체계를 세우는 방법” 처럼) 이를테면…

2. 접속사를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오히려 필요할 때는 쓰도록한다.
6. 괄호는 (꼭 필요해 보일 때도) 담론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라.
13. 과잉설명을 하지마라. 똑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지 마라. 반복한다는 것은 불필요하다.(과잉이라는 말은 독자가 이미 이해한 내용을 불필요하게 다시 설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식으로 “좋지 않거나 잘못된 표현의 예를 자체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식이다.

이는 물론 넷 상에서의 글쓰기, 블로그에서의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愚를 범하고 있는지 여러분도 체크해 보는 것이 어떨까? (본 블로그도 하나의 완벽한 실례, 오류들의 집합소처럼 보이지만 :|)

※ 칼럼의 목록들을 일반적 어구의 지침사항으로 재구성해보았다. (원문은 미네르바 성냥갑 1권 p154~157를 참고 하시길…)

1. 두운(頭韻)을 피하라.
2.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접속사를 피하라.
3. 기성품 문장들을 피하라.
4.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
5. 상업적 기호, 약자를 사용하지 마라.
6. 괄호는 담론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7. 말없음표(…)의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8. 가능한 한 따옴표를 적게 사용하라.
9. 일반화하지 마라.
10. 외국어가 격조를 높여 주지는 않는다.
11. 인용을 줄여라.
12. 진부한 비유를 삼가라.
13. 과잉 설명을 하지마라.
14. 저속한 말을 피하라.
15. 언제나 구체적 이도록 하라.
16. 단 하나의 단어로 문장을 만들지 마라.
17. 지나치게 과감한 은유들을 조심하라.
18. 쉼표는 정확한 곳에 넣도록 하라.
19. 콜론과 세미콜론을 구별하라.
20. 만약 적절한 이탈리아어 표현을 찾지 못하더라도 절대로 사투리 표현에 의존하지 마라.
21. 어울리지 않는 은유를 사용하지 마라.
22.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사학적 질문을 피하라.
23. 간략하게 하라.
24. 과장하지 말고, 감탄부호를 적게 써라.
25. 외국어 복수표현에 주의하라.
26. 외국어 이름을 정확하게 써라.
27. 언급하는 저자나 등장인물 들을 완곡하게 표현하지 말고 직접 지명하도록 하라.
28. 글의 첫머리에서 독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감사의 표시>를 하도록 하라.
29. 철자를 자세하게 확인하라.
30. 반어법을 자주 쓰지마라.
31. 너무 자주 문단을 바꾸지 마라.
32. <위엄있는> 1인칭 복수(우리는…)를 절대 쓰지 마라.
33.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지 마라.
34. 논리적으로 결론이 전제에서 도출되지 않는 글을 쓰지 마라.
35. 옛날 표현이나 이례적인 어휘들을 너무 많이 사용하지 마라.
36. 너무 장황하지 않도록 하라.
37. 완성된 문장으로 종결하라.

이상 37가지 사항이다. 간결성과 문장구성, 세부사항에 대한 충고 등 참고해볼 만 하다고 생각된다.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이겠지만, 그런 것들이 수반되어야 “우리는” 비로소 본론에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꼭 이렇게 써야 할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 …)

블로그에서 적용할 만한 점도 있다. 간결성을 그 일례로 들자면 웹에서의 읽기는 “훑어보기”의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휠 마우스의 등장이라는 편의적 논리는 차치하고 라도) 논의의 명확성, 논리적 의제 진행, 적합한 수사법, 정확한 자료제공 등은 물론 이고 참신성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저 수많은 별 중에 단 하나를 기억하라” 라는 것이 웹이라는 대양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역설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4.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 가 블로거들에게 가장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꼬리.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엔트리 또한 “자기 모순”과 “자체 부정”에 빠진 듯… … … :p

Posted in: Good Writing